맑고 따뜻했던 맥그로드 간즈의 날들
• 이름 : 오진주
• 국가(코드) : 인도(FSL-SPL-244) / 활동기간 : 2014-11-03 ~ 2014-11-23
• 주제 : ENVI/CULT     • 타이틀 : Dharamshala – McLeodganj
• 개최지역 : Mcleod Ganj
참가동기, 참가 전 준비, 워크캠프에 기대했던 점

휴학을 하고 해외 여행을 준비하던 중, 한 친구가 케냐로 워크캠프를 다녀온 이야기를 해주었다. 도전정신과 모험심이 넘쳐나는 친구인 것은 알았지만, 케냐 이야기를 하는 그 친구의 눈빛은 이전과는 사뭇 달랐다. 생기넘치는 그 눈을 보니 워크캠프의 매력을 어렴풋이 느껴졌다. 기왕에 비싼 돈 주고 해외로 나가는데, 여행만 하고 들어오는건 뭔가 아쉬운 마음에 쉽게 여행지를 정하지 못하고 있었던 나는 그 친구의 이야기를 다 듣고 난 후, 워크캠프가 나의 첫 여행을 다채롭게 해 줄 필연적인 선택임을 직감했다.

시기와 금전적 여유를 고려해보니, 나에게는 선택지가 많지 않았다. 누구나 한번 쯤 가본다는 유럽은 이미 대다수의 캠프가 마감된 후였고, 그나마 남아있는 봉사 테마는 별로 끌리지 않았다. 남은 곳은 아시아. 아시아 지역의 워크캠프에 대한 공지, 가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약간의 긴장감과 두려움을 조성하는 그 공지를 보고 나니 솔직히 많이 망설여졌다. 정말 다 쓰러져가는 허름한 곳에서 침낭 하나 깔고 자는 건 아닐까? 전기도 물도 없고? 왜 다른 캠프들은 다 마감했는데 아시아 캠프만 이렇게 자리가 많은거지? 갔는데 봉사자가 나밖에 없으면 어떡하지? 지금 생각해보면 별별 걱정을 다 했다. 하지만 다행이도, 몇몇 후기들을 검색해보니, 잠자리, 먹거리 가리지 않는 내가 견딜 정도는 돼보였다. 나라고 왜 못하랴. 결국 나는 죽기 전에 꼭 가봐야한다는, 인도를 선택했다. 휴학 하고 나서도 제대로 된 자유를 맛보지 못한 나에게, 인도는 어마어마한 자유를 줄 수 있을 거라 기대하면서.

캠프 시작 2달 전 합격 소식을 듣고 설레는 마음으로 여권과 비자를 발급받았다. 항공사 어플을 열심히 눈팅한 끝에 항공권도 저렴하게 구매했다. 하지만 단 하나 걸리는 것이 있었다. 나 혼자라는 것. 그리고 내가 여자라는 것. 아무리 내가 나름 용감하다지만, '인도'에, '여자'가, '혼자' 간다는 것에 대한 주변 반응은 온통 걱정 투성이었다. 당사자인 난 걱정이 없는데, 오히려 주변 사람들의 걱정덕분에 되려 나까지 걱정이 생기는 지경까지 이르러, '나 살아 돌아오길 열심히 기도해줘-'라고 사람들에게 얘기하는 것도 지쳐버릴즈음- 국토대장정에서 만난 친구가 해외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이때다, 싶어 인도와 워크캠프의 (실제가 아닌 나의 상상에서 나온) 희망찬 핑크빛 미래에 대해 일장연설을 늘어놓았다. 아는 것도 없는 주제에. 무튼, 지금은 나의 소울메이트가 된 그 친구는 흔쾌히 나와 동행하기로 마음먹었고 나는 더이상 외롭지 않게 워크캠프를 준비할 수 있었다.

현지 활동이야기, 특별한 에피소드, 함께한 사람들(참가자, 지역주민)

- 히말라야 산맥의 작은 줄기 아래 자리한, 작고 소박한 다람콧
워크캠프 시작 전 날, 아마도 길거리에서 무신경하게 사먹은 아이스크림이 원인으로 추정되는, 인도의 독특한 환영식 '물갈이'를 겪은 탓에 힘이 하나도 없었던 우리. 약국에서 약을 사먹고 운좋게 툭툭을 잡아 무작정 다람콧! 다람콧!을 외쳤다. 좁고 옆은 낭떠러지인 길을 따라 10분을 올라갔을까. 속으로 이 기사가 제대로 가고 있는 것이 맞는지 의심하면서도 이미 가파른 길을 너무 많이 올라와 돌이킬 수 없겠다는 생각에 도달했을때쯤 우리는 다람콧에 도착했다. 인포싯에 나와있는 히말라야 티카페를 발견한 뒤, 안도한 마음으로 뒤를 돌아봤을때 나는 그만 얼어버리고 말았다.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맥그로드 간즈의 전경은 여기까지 오는데 겪었던 모든 수고를 한눈에 씻어내렸고, 내가 지금 동화의 한 장면이나 엽서 한 장 속에 들어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이런 곳에서 3주를 지낸다니. 그 생각만으로도 행복해졌다. 가끔 서울 하늘을 바라볼때면, 다람콧에서의 따스했던 아침 햇살, 운치 있던 석양과 노을, 쏟아질 것만 같았던 밤하늘의 별들이 정말 그리워진다.

- Hello, my new family!
캠프에 나와 내 친구밖에 없으면 어쩌지, 했던 생각은 정말 기우 중의 기우였다. 미국에서 온 참한 신혼부부 엘리자베스와 이안, 프랑스 제약회사에서 일하다가 (정말 부럽게도) 무려 3주의 휴가를 내고 함께 온 티팬과 그라디스, 이제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가 되어 사회에 나갈 준비를 하고 있는 티보, 나처럼 휴학을 하고 전 세계를 여행중인 이리스와 벤자민, 고등학교를 마친 뒤 인생의 고민을 안고 인도로 흘러 온 로하와 니콜라스까지! 우리는 찬단이라는 든든한 삼촌과 함께 12명의 대가족이 되었다. 내가 다른 나라에 대해 아는 것 만큼 이 친구들이 한국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지는 않았지만, 미국, 프랑스, 벨기에, 독일, 그리고 한국이라는 나라는 나름 잘 어울리는 조합이었다. 때로는 모르는 것이 더 많은 것을 가르쳐줄 때가 있듯이 우리는 서로의 문화와 생활에 대해 이야기하고, 공유하면서 경악하기도 하고, 깔깔 웃기도 하고, 어쩌다 통하는 부분이 나오면 소리지르며 행복해했다. 그리고 이는 나에게 철저하게 글자로만 다가왔던 '지구촌', '세계 시민'등의 개념들을 온 몸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아직도 잊을 수 없는 것은, 저녁 자유시간에 비트를 사랑하는 티보에서 시작된 소리 쌓기 놀이. 서로 눈 앞에 있는 물건들로 소리를 쌓아 말도 안되는 협주곡을 만들어냈을 때 느꼈던 그 알 수 없는 묘한 동질감과 즐거움. 우리는 하나였다.

- 나마스떼, 남꺄헤?
나는 예전에 태국 봉사활동을 다녀온 적이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과의 교육봉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이고 이를 위해서는 현지 언어를 어느 정도 할 줄 아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역시 생각과 실천은 따로 노는 법이었다. 나름 힌디어를 외워간다고는 했는데, 학교 아이들과의 소통은 1분을 넘길 수 없었다. 그나마 초등학교 고학년 수준의 아이들은 그나마 짧은 영어를 할 줄 알아서 다행이지, 아니었으면 오로지 눈빛과 바디랭귀지에 의존해야 했을 것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몸으로 소통한 것이 80%는 아니었을까 싶지만 말이다. 어디를 가나 그렇듯, 인도 아이들도 다르지 않았다. 순수하고, 웃음이 많고, 뛰어놀기를 좋아했다. 다이어리를 찢어 함께 종이접기를 하고, 몇번을 썼는지 모르게 하얗게 바랜 미니 칠판에 고사리같은 손으로 숫자를 외우고, 벽화를 그리는 우리들의 옆에 옹기종기 앉아 붓대를 바라보고, 식사 시간이 되면 일렬로 앉아 식사송을 우렁차게 부르던 아이들과의 추억은 값진 선물이었다. 다만 아쉬웠던 것은 우리 캠프의 테마가 티벳 문화 교류 및 교육 봉사였는데, 정작 봉사 활동을 한 곳은 인도학교였고, 우리가 학교 담장에 그린 벽화에 티벳 국기를 그릴 수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결국 이 학교도 맥그로드 간즈의 학교. 이 아이들이, 주변의 티벳 아이들과 전혀 다른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며 언젠가 맥그로드 간즈를 다시 찾을 그 날을 그려본다.

- 따시뗄레, 투제체!
우리 봉사의 테마는 중 하나인 티벳 문화 배우기. 중국의 공세로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 정착한 티벳인들의 문화유산과 자치기구는 맥그로드 간즈를 다른 인도 지역과는 다른 신비로운 분위기를 뿜어내게 했다. 나는 평소 티벳에 대해 큰 관심을 갖고 있지는 않았는데, 다른 캠퍼들은 티벳 문화, 특히 불교에 큰 관심을 갖고 있었다. 티벳 청소년 교육기관인 TVC 대표님과의 대화, 문화 융성 기관인 TIPA에서의 전통 공연 감상, 달라이 라마의 사원인 남걀사원, 달라이 라마의 궁전인 노블링카 방문 등의 과정을 통해 느낀 것은 티벳 문화는 아직 건재하게 살아 숨쉬고 있다는 것이었다. 우리에게 자랑스럽게 티벳 문화와 역사에 대해 설명해주는 많은 사람들을 만날때마다 이들의 눈이 이렇게 빛나는 이유가 뭘까 궁금했다. 자신들의 삶을 바쳐 힘든 고난을 이겨내려는 동력이 뭘까. 아마도 그들은 그들 자신이 역사속에서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살아 숨쉬는 역사속에 하나의 호흡이 되는 일의 숭고함을 바로 옆에서 봤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그리고 우리는 운 좋게도 한국 불교 신자들을 위한 달라이라마 티칭에 참여하기도 했는데, 티벳 불교의 살아있는 원형을 실제로 보게 된다는 기대감을 가지고 다같이 총총 어두운 길을 내려가 티칭을 들었던 경험은 절대 잊지 못할 것이다. 달라이라마의 티칭은 쉽고 재미있었는데, 그 중 한 문장이 나의 마음에 콕 박혀 아직도 잊히지 않는다. '가능성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마음이 생기고, 마음이 생겨야 행동할 수 있다.'

- 워크캠프의 하이라이트, 트레킹.
사실 이 워크캠프를 선택한 8할의 이유가 트레킹때문이었다. 빡세고 힘든 것을 좋아하는 나에게 전혀 모르는 나라의 산을 탄다는 것은 신나는 모험이었다. 사실 올라갈때는 속으로 천만번도 더 후회했지만, 천만번은 흔들려야 정상에 오르지 않겠는가? 사실 트리운드는 하루 당일치기로도 가능한 코스지만 우리는 3박 4일 일정에 맞춘 조금 더 긴, 즉 빙빙 돌아가는 코스였다. 워낙 가파른 곳이 많아 트레킹을 하는 도중에는 숨 쉴 정신밖에 없었지만, 중간중간 멋드러진 절경 앞에서의 짧은 휴식은 그 어떤 휴식보다 달콤하고 값졌으며 트리운드 정상에 올랐을 때 그 기쁨과 환희 역시 대단했다. 트리운드 정상에 매트를 깔고 앉아 마신 짜이의 맛은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11월이었지만 날씨는 무지무지 추웠고 코만 내어놓고 자다가 코가 떨어질뻔도 했지만, 그 추운 밤 나무를 주워와 불을 피워놓고 옹기종기 둘러앉아 음주가무를 즐겼던 추억은 이러한 추위마저 아름답게 만들었다. 그리고 트리운드에서 보는 일몰은, 가히 내가 인도에서 본 일몰 중 가장 아름다웠다고 할 만큼 어마어마했다. 역시 범접하기 어려운 것에는 이유가 있으리라. 트레킹은 나에게 자연의 위대함을 온 몸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참가 후 변화, 배우고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많은 사람들은 특별한 계기를 기대한다. 나를 놀랄 만큼 변하게 해줄, 그런 마법같은 특별한 사건이나 사람들. 나 역시도 그런 기대를 안고 인도로 떠났지만, 인도에서 돌아온 지금, 떠나기 전과 소름끼치게 똑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 나를 보면 사람이 그렇게 쉽게 변하는 것이 아니구나 싶다. 나는 인도에서 진리를 발견해 모든 걱정을 해탈할 만큼 성인이 되지는 않았고, 엄청나게 많은 외국인 친구들을 사귀어 영어 실력이 유창하게 늘은 것도 아니며, 인도에서도 밥은 굶은 적이 없어 다이어트는 커녕 오히려 살이 올랐고, 현실의 문제와 고민들은 여전히 원점이다. 하지만 한 가지, 단 한가지 나에게 새롭게 다가온 것은 바로 가능성이다. 나는 아직 똑같은 나일 뿐이지만, 내가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는 것이 이 세상에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것, 그리고 그것은 나에게 언제나 열려있어 내가 손만 뻗는다면 어떻게든 닿을 수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그리고 이것은 내가 지치고 힘들때 다시 한번 일어설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는 것도.

인도는 그런 곳이다. 당신에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줄 수 있는 가장 쉽고도 어려운 곳.

프로그램 세부정보

총 참가자들의 국가 수는? (본인 포함) 5
총 참가자 수는? 11
항공료 : 480,000 원 / 국내출발
교통비(항공료 제외) : 30,000 원
참가 중 지출 비용(현지 참가비 제외) : 100,000 원
미팅포인트 : 워크캠프 장소
숙박형태 : 기타 (게스트하우스)
화장실 : 건물 내
인터넷 사용 환경 : 건물 근방에서 가능
취사여부 : 일부 취사
봉사활동 시간(1일 기준) : 5~6
공용언어(영어)가 잘 사용되었는가? 그렇지 않다면, 이유는? : 그렇다
사전 제공된 인포싯에 더 포함되었으면 하는 항목이 있다면? :
가까운 지인이나 가족에게 워크캠프를 추천할 의향을 점수로 표기한다면 몇 점입니까? (0~10점) : 10
기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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