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의 캘리포니아 에스토니아
• 이름 : 정혜란
• 국가(코드) : 에스토니아(EST 01) / 활동기간 : 2023-05-01 ~ 2023-05-14
• 주제 : 농업     • 타이틀 : KINGU ORGANIC FARM I
• 개최지역 : Kanepi, Polva maakond
참가동기, 참가 전 준비, 워크캠프에 기대했던 점

에스토니아 워캠은 신청했던 세 개의 캠프 중 가장 기대를 많이 한 캠프였다. 북유럽과 발트 3국의 연결점인 에스토니아라는 나라가 궁금하기도 했고, 워크캠프가 진행될 농장이 베리 종류를 주로 키우는 유기농 지속가능한 농장이라는 것에 마음이 갔다. 워크캠프 웹사이트에서 캠프와 농장 설명을 읽으면서 했던 생각은 “와 가서 일 열심히 하고 베리도 열심히 먹어야지” 였는데 내 거창한 베리 먹기 환상은 농장에 도착했을 때 아주 제대로 무너졌다. 그래도 나름의 매력이 있었습니다. 워캠에서 밭일을 주로 할 것이라 생각해서 막 입을 옷과 목장갑을 많이 챙겼는데 농장에서 모든 옷가지와 장갑, 장화를 제공해서 내 옷을 전혀 입을 일이 없었다.

현지 활동이야기, 특별한 에피소드, 함께한 사람들(참가자, 지역주민)

수도 탈린에서 시외버스를 타고 캠프가 열리는 Kanepi 로 이동하는 것은 대체로 수월했으나 에스토니아어와 내릴 곳에 거의 다 왔을 때 문으로 먼저 가 있어야 하는 현지 버스 문화를 몰랐던 외국인인 나는 구글 맵스를 보며 내려야 할 버스정류장이 얼마나 남았나 신경을 곤두세우고 가야 해서 좀 피곤했지만 잘 내렸다. 버스 정류장에서 호스트가 기다리고 있었지만 호스트라는 알림이 전혀 없어서 속으로 이게 맞나 그냥 생판 모르는 에스토니아 사람 차 타고 가도 되나 했는데 다른 외국인 두 명이 그 차에 타는 걸 보고 이거겠지 하고 탔는데 잘 갔다. 참가자는 핀란드, 일본, 프랑스, 한국에서 온 총 4명이었고 놀랍게도 내가 제일 어린 참가자였다. 나는 소소한 캠프들과 인연이 있나 보다. 도착한 농장은 꽃이 많고 오리가 걸어다니는 귀엽고 코지한 곳이었다. 하지만 도시 생활에 익숙한 나는 문이 잠기지 않는 생태화장실과 사우나 옆에 있는 물통에서 바가지로 물을 떠서 샤워를 하는 꽤나 열악한 생활환경을 보고 마음을 비워야지 했다. 그래도 금방 익숙해졌고 캠프가 끝날 즈음에는 사우나 불 때기 전문가가 되어 있었다.
농장에서는 평일에 하루 6시간씩 일을 했다. 베리 밭 잡초 뽑기, 건축자재 옮기기, 페인트칠, 오리 우리 정비, 루바브 꽃 꺾기, 감자, 콩, 양배추 심기 등 다양한 일을 했다. 솔직히 말하면 일이 정말 힘들었다. 첫 주에는 너무 추워서 감기에 걸린 채 농장에 도착한 나는 특히 더 힘들었던 것 같고 둘째 주에는 첫 주의 날씨는 상상조차 안 되게 더운 여름 날씨에 일이 더 힘들게 느껴졌다. 농장 주인인 호스트는 우리 같은 캠프 참가자들이 오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온갖 대규모 프로젝트들을 시작했고 참가자들은 와 이게 무슨 일인가 하며 열심히 일했다. 차 없이는 나갈 수도 없는 밭밖에 보이지 않는 광활한 숲과 농장이 아름답기는 했지만 동시에 세상과는 완전히 단절된 듯한 느낌에 무섭기도 했다. 에스토니아는 마치 캘리포니아 같다. 둘째 주의 날씨는 특히 캘리포니아 같아서 종종 미국살이를 그리워하던 나에게는 익숙함을 주기도 했지만 햇빛 아래 농장 일을 할 때는 캘리포니아의 끝없는 농장에서 착취당하는 중남미 노동자의 상황이 이런 것일까 생각하게 했다. 일이 정말 힘들었지만 동시에 소소한 기쁨도 많이 있었다. 아침마다 먹었던 농장에서 기른 루바브 효소 주스와 베리들로 만든 잼은 놀랍게 맛있었고 일 끝나고 불 때서 덥힌 북유럽식 사우나에 들어가 있을 때면 일이 힘들어도 저녁마다 사우나 할 수 있으면 농장에 사는 것도 할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모든 힘듦을 리셋시키는 편안함을 주었다.
나는 농장 주인인 타우리와 유머 코드가 잘 맞아서 호스트 가족과는 재미있는 시간을 보냈는데 참가자들과는 나와 가깝게 지내던 핀란드 참가자를 빼고는 정말 기초적인 영어만 가능한 나머지 참가자들과는 사실 좀 많이 힘들었다. 처음에는 내가 먼저 나서서 소통해 보려 했지만 그들은 그래도 소통해 보겠다는 의지도 없었고, 나중에는 내가 지쳐 그냥 포기하게 된 것 같다. 작은 캠프일수록 함께 하는 사람들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번 캠프는 함께하는 사람 복은 좀 부족했나보다. 그래도 나름 재미있게 보낸 2주였다.

참가 후 변화, 배우고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지내는 환경이 처음에는 불편했지만 내 마음만 바꾸면 무엇이든 익숙해질 수 있고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이 곳에서 다시 한 번 느꼈다. 농장에서의 2주가 끝날 때쯤 나는 사우나 불 때기 전문가가 되어 있었고 다양한 동유럽 보드게임을 할 수 있으며 숲에서 어떤 식물을 먹을 수 있는지 배우고 좋은 루바브를 기르기 위해서는 꽃을 일찍이 꺾어버려야 한다는 것도 배웠다. (루바브를 좋아하는 나에게는 유익한 시간이었다. 혹시 몰라 내가 한국의 첫 루바브 농장 주인이 될 지) 농장을 떠날 때는 시간이 너무 빨리 간 것 같았고 생활이 불편하다는 생각도 거의 안 하게 되었다. 그리고 함께 지내기 힘든 참가자도 있었지만 마음이 잘 맞는 사람들도 만나게 되어 감사한 캠프였다. 호스트를 제외하고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호스트 가족들에게 조금씩 배운 에스토니아어와 핀란드어로 소통하며 친해졌는데 다음에 돌아오면 부담 없이 자신들의 집에 머물러도 된다는 따뜻한 사람들이다. 밭에서 일한 것을 생각하면 여기서 최대한 멀리 도망가고 싶다가도 내년에 다시 오고 싶은 걸 보면 삼삼하게 재미있는 2주를 보낸 것 같다. 아 지금도 사우나가 그립다.

프로그램 세부정보

총 참가자들의 국가 수는? (본인 포함) 4
총 참가자 수는? 4
항공료 : 200,000 원 / 해외출발
교통비(항공료 제외) : 30,000 원
참가 중 지출 비용(현지 참가비 제외) : 250,000 원
미팅포인트 : 버스정류장
숙박형태 : 자원봉사자전용숙소
화장실 : 건물근방
인터넷 사용 환경 : 건물 근방에서 가능
취사여부 : 직접 취사
봉사활동 시간(1일 기준) : 5~6
공용언어(영어)가 잘 사용되었는가? 그렇지 않다면, 이유는? : 그렇다
사전 제공된 인포싯에 더 포함되었으면 하 : 막 입을 옷 챙길 필요 X, 모든 성별 혼숙
가까운 지인이나 가족에게 워크캠프를 추천할 의향을 점수로 표기한다면 몇 점입니까? (0~10점) : 8
기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일이 정말 힘듭니다. 정말로 일할 생각을 하고 와야 할 것 같고 체력이 안 좋은 분은 많이 힘들 것 같아요.
-생태화장실과 샤워를 자주 할 수 없는 환경이 생리중인 사람에게는 많이 부적합한 것 같습니다.
-숙소가 하나라서 모든 참가자가 같은 방을 씁니다. 인포싯에 미리 알림이 되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막 입을 옷, 수건을 안 챙겨와도 되고 세탁기를 돌릴 수 있습니다.
-계획된 것 없이 그때그때 정해지는 상황을 불편해하지 않아야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수동 기어 차를 운전할 수 있으면 좀 더 자유가 생깁니다!!!!!!!!!

2012년 이전
참가보고서를
보시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하세요.

2012 이전 워크캠프
참가보고서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