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없는 사람들. 벨기에 난민센터.
• 이름 : 고진용
• 국가(코드) : 벨기에(JAVVA09) / 활동기간 : 2014-10-11 ~ 2014-10-27
• 주제 : SOCI     • 타이틀 : Red Cross Centre for asylum seekers - Nonceveux
• 개최지역 : 벨기에 Nonceveux
참가동기, 참가 전 준비, 워크캠프에 기대했던 점

6개월의 아일랜드 어학연수가 끝나갈 무렵 이대로 돌아가긴 아쉽다 생각하던 중 친구의 추천으로 워크캠프 사이트를 알게 됐습니다. 목록을 보다 적십자에서 운영하는 벨기에 난민센터 프로그램에 꽂혀 바로 지원했고 운 좋게 기회를 얻었습니다. 센터의 정식 명칭은 Red Cross Centre for asylum seekers - Nonceveux 입니다. 벨기에 리에주에서 기차로 40분, 다시 버스로 20분 거리에 위치합니다. 전세계 곳곳에서 나름의 사연들을 지니고 고국을 떠나야만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욕심이 컸습니다. 아픈 상처와 함께 낯던 타지에 머무는 사람들의 비극을 내 견문과 이해를 넓히려는 수단으로 삼는 게 아니냐는 자책이 따라다녔지만 그 이기적인 동기는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대신 캠프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을 진심으로 대하자, 할 수 있다면 작은 힘이라도 주자 다짐했습니다.

준비물은 많이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센터에 우리를 위한 숙소도 있었기에 침낭은 필요 없었고, 매 끼니는 거주자(센터에 머무는 난민들을 일컫는 공식적인 용어가 거주자-Resident 였습니다.)들과 식당에서 함께 먹었기 때문에 요리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숙소와 음식은 상당히 훌륭했습니다. 하지만 와이파이 이용이 힘들어 벨기에 통신사 유심칩을 미리 구매하지 않았으면 꽤 불편할 뻔 했습니다.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의 고국에 대한 정보나 IS, 가자지구의 최근 상황 등 필요한 정보를 얻기 위해 인터넷이 꼭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불고기 양념과 호떡 믹스는 아시안 마켓에서 미리 구해 주말에 워크캠프 리더네 집에서 함께 요리해 먹었습니다. 역시 불고기와 호떡은 절대 망할 일 없는 고마운 레시피인 것 같습니다.

현지 활동이야기, 특별한 에피소드, 함께한 사람들(참가자, 지역주민)

팀은 총 9명이었습니다. 벨기에인 캠프리더가 두명이었고 미국, 헝가리, 폴란드, 스페인, 벨라루스, 이탈리아에서 한 명씩 왔습니다. 다들 영어가 유창해서 대화 따라가는 데 애먹었습니다. 스페인 청년이었던 앙젤은 영어는 못했지만 프랑스어가 네이티브 수준이라 적십자 직원들은 물론 모로코와 같이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쓰는 나라에서 온 사람들과도 소통이 잘 됐습니다. 대부분 국제구호나 개발 분야를 공부하거나 업으로 삼고 있는 친구들이어서 보고 들으며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성격에 문제 있는 친구는 하나도 없었구요.

매일 적십자 직원들과 함께 식당 배식, 리셉션 운영, 새로 들어오는 레지던트 맞을 준비를 하며 센터운영 과정에 참가할 수 있었고, 업무가 없을 때는 몇몇 레지던트들과 함께 식당 페인트칠을 했습니다. 위의 일과들은 큰 부담이 안되어서 레지던트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자율적으로 짜는 데 공을 들였습니다. 모두가 참가하는 탁구 토너먼트를 열어 우승자에게는 상품을 주고, 아이들을 위한 토너먼트도 따로 열었습니다. 근처 숲으로 하이킹을 가기도 하고 주변에 사는 현지인 어르신들을 초대해 파티를 열기도 했습니다. 이 파티는 난민들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나 편견을 해소하기 위해 적십자 주최로 매년 여는 행사라고 합니다. 큰 홀에 자리를 마련해 다과를 준비하고 DJ 도 초대해 함께 춤추며 놀았습니다. 하루는 리에주에 있는 놀이동산에 가 와플을 먹으며 놀이기구를 탔습니다. 폴란드 소녀 마야는 빙빙도는 비행접시 기구를 타고 토했습니다. 주말은 자유시간이었기 때문에 우리 팀만 따로 브뤼셀에 놀러가 캠프리더들 집에 머물며 지냈습니다. 마지막 날에는 시리아 바이올리니스트 소아힙이 우릴 위해 공연을 준비했습니다. 몇몇 곡은 다 함께 참여했습니다.

센터에는 약 150명의 사람들이 머물고 있었고 국적은 30개가 넘을 정도로 다양했습니다. 내전과 IS와의 전쟁으로 인해 시리아, 이라크 등에서 피난온 사람들, 이스라엘과의 전쟁으로 가자지구에서 도망쳐 나온 팔레스타인 사람들 등 중동 국가에서 온 사람들이 절반을 차지했습니다. 그밖에 세네갈, 수단 등 아프리카 국가에서 온 이들이 나머지 절반이었고, 간간이 이탈리아, 러시아 사람도 보였습니다. 전쟁 때문에 고국을 떠난 이들 말고는 대부분 정치적, 종교적 박해 때문에 급히 도망온 사람들이었습니다. 레지던트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먼저 묻는 건 지양하라고 배웠기 때문에 이들이 스스로 속에 담아 둔 이야기를 한 후에야 자세한 사정을 알 수 있었습니다. 아랍계 청년 몇몇은 우리 팀을 소위 '빠져나갈 구멍' 같은 걸로 여기고 계산적으로 접근하기도 했습니다. "우린 뭣도 아니고 서로 의미있는 시간 보내려고 온 '학생들'이야" 라는 메시지를 여러 번 전달한 후에야 그런 종류의 시도를 포기한 것 같습니다.

이곳은 우간다나 터키의 난민캠프가 아닙니다. 벨기에와 이들의 고국은 상당히 멉니다. 그 말은 아무나 이곳에 올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시리아에서 브로커를 통해 벨기에로 오려면 1,500 유로가 필요합니다. 물론 전재산을 털어 간신히 탈출한 사람도 있고, 자기 몫의 여비밖에 없어 가족들을 두고 먼저 피난온 사람들도 많았지만 절반을 넘는 사람들은 자신들 나라에서 적어도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었다고 합니다. 그 사실은 이들을 처음부터 타인의 도움 없이는 생존할 수 없는 절박한 이들이라고 여겼던 제 선입견을 깨트리고, 저와 이들과의 심리적 거리감을 확 좁혀주었습니다. 전쟁이 나거나 독재정권이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르기 한달 전의 저들은 지금의 나처럼 적당히 피곤하고, 적당히 평화롭게 살고 있었을 테니까요. 조만간 자신이 브로커를 구해 거금을 건네고, 가족들과 생이별하고, 목숨 걸고 바다를 건널거라곤 생각지 못했을 겁니다.

모든 레지던트들은 벨기에 정부와 총 두번의 인터뷰를 가집니다. 왜 고국을 떠났는지, 왜 벨기에로 온 건지, 왜 너가 질 나쁜 범죄자가 아닌지, 왜 이곳에 머물러야만 하는지에 대한 세세한 질문들을 받으면 그에 대해 다시 굉장히 자세한 대답을 주어야 합니다. 두 번의 인터뷰에서 대답이 서로 불일치하면 엄청 불리해지기 때문에 센터에 머무는 동안 준비를 잘 해야 합니다. 심사 기간은 길면 2년을 넘어갑니다. Positive를 받으면 합법적으로 벨기에에 머물며 정부 지원 아래 집과 일자리를 구할 수 있습니다. Negative를 받으면 30일 안에 벨기에를 떠나 다른 나라로 가거나 고국으로 돌아가야만 합니다. Positive를 받는 비율은 평균 10%에 불과합니다. 생존이 걸린 심사 결과를 기다리는 초조함이 어떤 무게일지 짐작도 안 됐습니다. 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이들 중 많은 사람들이 불법체류자 신분으로 머문다고 합니다.

참가 후 변화, 배우고 느낀 점, 하고 싶은 이야기

가자지구에서 온 팔레스타인 청년과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고 그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하면 거짓말일 겁니다. 전 아마 평생 모를 거구요. 그 친구가 어떤 시간을 살아 왔는지, 앞으로 또 어떤 시간을 살게 될지를요. 상상도 못했던 삶을 살아온 사람들을 이렇게 많이 만난 덕에 내 삶을 어떻게든 통제 가능하고 예측 가능하게 만드려던 강박에서 어느정도 벗어날 수 있게된 것 같습니다.

혹시 이 캠프에 참가하실 분이 계시다면, 그리고 소소한 선물을 챙기고 싶으시다면 보온용품이 좋을 것 같습니다. 마지막 주말에 까르푸에서 장갑이랑 목도리 몇 벌 사서 친했던 친구들에게 선물로 줬는데, 미리 수면양말 챙겨올 걸 후회했습니다. 더운 지역에서 온 친구들이 많아 겨울이 가장 힘들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NGO나 국제구호 분야에 관심 있는 분들께 최고의 캠프라고 생각합니다. 보고서에 다 넣진 못했지만 매일 아침 미팅 때마다 적십자 직원들에게 궁금한 것들 다 물어볼 수 있고 교육 프로그램도 따로 있었습니다. 관련 자료들도 나누어줬습니다.

보름은 그리 짧은 시간은 아니었습니다. 센터에 머무는 사람들 중에는 심성 착하고 성격 좋은 친구들도 많았던 반면 무리 지어 다니며 갈등을 몰고 다니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많은 아랍 청년들은 노골적으로 여자 멤버들에게 접근하곤 했습니다. 사고는 없었지만 혹시 몰라 저와 스페인청년 앙젤은 아랍청년들과 여자 멤버들만 갇힌 공간에 머무르는 일이 없도록 경계했습니다. 보름간 듣고 보고 생각한 것들이 너무 많아 캠프가 끝난지 한달이 지난 지금에야 조금씩 정리가 되는 것 같습니다.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시간은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습니다. 의사소통 문제와 문화 차이로 괴로운 시간도 많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시간과 노력이 그 문제들을 다 해결해 주었습니다.

에세이가 도움되길 바랍니다! 혹시 참가하시게 되면, 안부 전해주세요 :)

활동 후기를 담은 온라인 게시글

http://blog.naver.com/dmlakwlwo

프로그램 세부정보

총 참가자들의 국가 수는? (본인 포함) 8
총 참가자 수는? 9
항공료 : 100,000 원 / 해외출발
교통비(항공료 제외) : 100,000 원
참가 중 지출 비용(현지 참가비 제외) : 100,000 원
미팅포인트 :/ 찾아가는 방법 : 브뤼셀 미디역(Midi) -> 리에주역(Liege) -> 에이와일역(Aywaille)
숙박형태 : 자원봉사자전용숙소
화장실 : 건물 내
인터넷 사용 환경 : 건물 근방에서 가능
취사여부 : 취사 안함
봉사활동 시간(1일 기준) : 7~8
공용언어(영어)가 잘 사용되었는가? 그렇지 않다면, 이유는? : 그렇다
사전 제공된 인포싯에 더 포함되었으면 하는 항목이 있다면? : 와이파이 신호가 거의 안잡힌다는 점.
가까운 지인이나 가족에게 워크캠프를 추천할 의향을 점수로 표기한다면 몇 점입니까? (0~10점)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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