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2주간 러시아 워크캠프 이야기
• 이름 : 김하나
• 국가(코드) : 러시아(SFERA-SP) / 활동기간 : 2012-07-29 ~ 2012-08-12
• 주제 : ENVI/ EDU     • 타이틀 : LAKE BAIKAL
• 개최지역 : 탄호이
참가동기, 특별한 에피소드, 활동이야기, 다른 참가자들의 이야기, 참가 후 변화 등

워크캠프에 참가하기까지

고등학교 때 우연히 워크캠프 관련 글을 접하고 나서 매력을 느끼고, 대학생이 되면 꼭 워크캠프에 참가하겠다고 결심했었다. 하지만 한국에서의 생활은 워크캠프를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바빴고, 빠듯한 시간, 항공료 등의 부담 때문에 워크캠프 참가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런데 2012년에 모스크바로 교환학생을 오게 되면서 이번이 워크캠프에 참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다. 교환학생인 만큼 한국에서보다는 시간적 여유도 있고, 유럽과도 훨씬 가까워 선택의 기회가 더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침낭을 요구하는 워크캠프가 많다는 생각에 모스크바에 올 때 아예 침낭을 가져오기까지 했다. 드디어 여름이 다가오고 있었고, 나는 워크캠프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느 나라로, 언제, 어떤 캠프에 참가할지 등등. 원래는 현재 공부하고 있는 러시아 말고 다른 나라로 가려고 했지만, 딱히 끌리는 나라도 없고, 차라리 러시아 캠프에 참가하면서 러시아어도 더 배우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러시아로 눈을 돌렸다. 처음 신청한 워크캠프는 language festival이었지만, 에스페란토 구사 가능한 사람을 원한다는 이유로 불합격하게 되었고, 기나긴 고민이 시작되었다. LAKE BAIKAL.. 중학교 때 바이칼호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읽고 한 번쯤은 가보고 싶었던 바이칼호. 하지만 모스크바에서 이르쿠츠크까지 가는 시간과 비용도 만만치 않아서 반쯤 포기하고 있던 상태였다. 그런데 마침 워크캠프에 이런 바이칼호를 지키는 활동이 있어서, 이번 기회에 두 마리 토끼를 잡아볼까 생각했지만, 다른 워크캠프들에 비해 힘든 환경이 좀 걸렸다. 침낭까지 갖고 오긴 했지만 그래도 겁이 났던 텐트에서의 생활, 직접 취사 등등. 게다가 모스크바에서 이르쿠츠크까지는 기차로 3박 4일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걱정되었다. 하지만 고민의 고민을 거듭한 끝에, 이 때 아니면 언제 바이칼호 옆에서 캠핑을 해보겠어, 이 때 아니면 언제 혼자서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타고 3박 4일을 달려보겠어 라는 마음으로 워크캠프를 신청하게 되었다. 결국 합격 통보를 받고, 시베리아 횡단열차를 3박 4일 동안 타고 이르쿠츠크에 도착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미팅포인트는 이르쿠츠크가 아니라 탄호이라는 마을이었기에 마르슈르트카라는 미니 버스를 타고 탄호이로 이동해야 했는데, 여기가 탄호이라며 기사아저씨가 내려준 곳은 도로 한복판이었다. 묻고 물어, 또 걷고 걸어 인포싯에 미팅포인트라고 쓰여있던 탄호이 역을 찾아갈 때에는 이러다 국제미아가 되는 건 아닌지, 왜 이렇게 사서 고생하고 있는 건지 걱정과 후회가 밀려왔다. 그렇게 걷던 중 우연히 전 캠프리더인 올랴를 만나게 돼서 정말 기쁘게 캠핑 장소까지 찾아갈 수 있었다.


워크캠프에 참가하면서

이 워크캠프는 처음부터 한국, 러시아, 대만 3개국만 참가하는 워크캠프였다. 그래서 한국인 2명, 대만인 3명, 러시아인 2명과 독일에서 태어났지만 러시아인 부모님 밑에서 태어났고, 지금은 러시아에서 살고 있는 캠프리더 1명과 함께 생활하게 되었다. 게다가 저번 캠프리더였지만 그곳에 더 남아있고 싶어서 같이 있게 된 러시아인 1명과 기자로써 일하고 있는 러시아인 2명, 탄호이에 살면서 자주 캠핑장으로 와서 일을 도와주던 러시아인 1명도 함께 생활하게 되었다.
도착한 첫날 다행히 날씨가 너무 좋아서 바이칼호에서 수영도 하고, 모닥불 앞에서 여러 가지 게임도 하면서 서로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텐트에서 자는 건 처음이라 첫날밤은 좀 뒤척거리긴 했지만 생각보다는 괜찮았다. 다만 매트리스 대신 담요를 가져갔는데, 한기가 땅에서 올라오는 터라 담요는 별로 도움이 안됐다. 다행히 중간에 매트리스를 얻을 수 있어서 그 이후부터는 춥지 않게 잘 수 있었다. 이 밖에도 모스크바에 있다가 가는 거라 준비물이 미흡한 점이 많았는데, 만약 한국에서 출발한다면 인포싯에 써있는 준비물을 하나하나 꼼꼼히 다 챙겨가길 바란다. 핸드폰으로 대체 가능할 줄 알았던 손전등(핸드폰을 충전하려면 30분 정도 걸리는 마을에 있는 학교에서 해야 하는데, 언제 충전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핸드폰 불빛으로는 좀 부족했다), water proof shoes 라길래 쪼리 정도면 될 줄 알았더니 장화가 필요했던 경우 등. 다행히 손전등은 빌려서 사용하고, 장화는 전 캠프 참가자들이 남기고 간 걸 사용할 수 있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도착 다음날부터 바로 2명씩 쿠킹팀을 정해서 모닥불을 피워 아침 점심 저녁을 요리하고,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마을에 나가서 요리할 재료나 간식거리도 사오고, 마실 물도 강가에 가서 떠오는 등의 일을 했다. 나중에는 캠프 스케줄이 흐지부지돼서 쿠킹팀이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처음에는 스케줄이 빡빡한 상태에서 쿠킹팀까지 하려니 쉴 시간이 하나도 없어서 조금 힘들긴 했다. 하지만 러시아인 친구와 함께 쿠킹팀을 하면서 더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고, 재미있기도 했다. 또 다른 쿠킹팀들이 요리할 때에는 오늘은 어떤 음식일까 기대되기도 하고, 다양한 음식을 맛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캠프 후반에는 러시아의 날, 한국의 날, 대만의 날, 독일의 날을 정해서 각자 나라의 음식을 요리해줬는데, 여러 나라의 특이한 음식을 다양하게 먹어볼 수 있어서 좋았다. 다만 러시아인지라, 게다가 시골이라 재료도 한정되어 있고, 요리 기구도 모닥불에 커다란 냄비 하나와 바비큐 철판 하나가 전부였기에 요리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런 점에서 대만 친구들이 준비를 잘 해 온 것 같았다. 쉽게 요리할 수 있는 인스턴트 식품이나 파스타 면만 삶아서 얹어먹으면 되는 소스 같은 것을 준비해 왔고, 세계 10대 혐오식품 중 하나라는 검은 달걀을 체험 삼아 하나 갖고 오기도 했다. 한국의 날 때에는, 같이 온 한국인 참가자가 가져온 호떡 믹스는 후라이팬이 없어서 해주기 힘들었고, 재료도 부족해 닭강정을 하려다 실패하는 등 여러가지 아쉬운 점이 많았다. 다만 아침으로 사과와 삶은 감자, 오이와 마요네즈를 섞은 한국식 ‘사라다’를 했는데, 요리의 간단함에 비해서 반응이 괜찮아서 기뻤다. 러시아에서 원래 마요네즈를 즐겨먹는데, 사과와 마요네즈를 섞을 생각을 못해봤다며 집에 가서 또 해먹을 거라는 러시아 친구도 있었다. 한국의 날에 대비해 괜히 욕심부려서 어려운 음식을 준비해가기 보다는 차라리 쉽고 편한 인스턴트 식품들을 많이 준비해 오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첫 날 다같이 모여서 정한 우리 캠프의 기상시간은 10시였다. 쿠킹팀은 조금 더 일찍 일어나서 요리를 하고, 10시에 사람들을 깨우고, 아침을 먹고, 그날 그날의 스케줄에 따라 여러 가지 일들을 하다가 점심과 저녁을 먹고, 밤에는 모닥불 앞에 모여 앉아 이런저런 얘기도 하고, 여행하던 중 이곳에 잠깐 들려 캠핑하던 사람들과 만나 얘기를 나누기도 했다. 보통 낮에 했던 일은 바이칼호나 마을의 쓰레기를 줍거나, 전단지를 만들어서 마을에 붙이고, 나중에 여기서 캠핑할 사람들을 위해 벤치나 테이블을 만드는 등의 일을 했다. 그리고 가끔은 기차를 타고 근처의 관광지로 놀러 가기도 하고, 마을에 있는 산에 올라가보기도 하는 등 휴식도 즐겼다. 날씨가 맑을 때면 밤하늘에 수많은 별들도 볼 수 있었고, 심지어 별똥별도 여러 개를 볼 수 있었다. 게다가 눈만 들면 넓게 펼쳐진 바이칼 호수의 멋진 풍경을 볼 수 있었다. 또한 시크릿 프렌드 놀이를 했는데, 시크릿 프렌드의 작은 선물들에 기뻐하기도 했다. 그리고 대만 친구들과는 얘기를 나누며 그 동안 잘 몰랐던 대만이 한국과 정말 비슷한 점이 많다는 것에 놀랐고, 체력적으로나 정서적으로 많은 비슷함을 느꼈다. 러시아 친구들은 영어가 조금 부족했지만 열정과 순수함 만큼은 최고여서 항상 캠프의 분위기를 밝고 활기차게 만들어주었다.
조금 힘들었던 점은 인포싯에는 very simple shower 라고 써있었지만, 그게 의미하는 것은 바로 바이칼호였다. 에콜로지컬 학교에서 제공해준 천연비누와 샴푸로 바이칼호에서 가끔씩 씻을 수 있었고, 그마저도 물이 너무 차가워 거의 씻을 수 없었다. 대신 2주일 동안 러시아식 사우나인 바냐에 2번 다녀올 수 있었고, 마을에 딱 하나뿐인 샤워시설에서 떠나기 전날 샤워를 할 수 있었다. 만약 이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지원하기 더욱 망설여졌을 것 같은데, 막상 이걸 겪고 보니 조금 힘들긴 했지만 진짜로 해보니 나름 특별하고 할만 했던 경험인 것 같다. 그리고 다행히 화장실은 전 캠프 참가자들이 환경 친화적 화장실을 만들어 놓고 간 터라 편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텐트에서 좀 걸어가야 해서 밤에는 가기 힘들어 일부러 물도 덜 마시는 등의 노력을 하긴 했지만 말이다. 또한 인터넷이나 전기는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마을에 위치한 학교에서 시간이 될 때 가끔씩 사용할 수 있었는데,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몇 캠프 참가자들이 활동에 참가하는 대신 학교에서 인터넷을 사용하기도 해서 좀 아쉽기도 했다.
이렇게 힘들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한 2주일이 지나갔다. 처음에는 언제 끝나려나 했는데, 어느새 끝날 시간이 다가오니 아쉽기도 했고, 빨리 문명으로 돌아가고 싶어지기도 했다. 떠나기 전, 친구들에게 반크에서 받은 한국 관련 엽서에 편지를 써주며 아쉬움의 포옹을 나누었고, 마지막 날 밤에는 다 같이 모닥불 앞에 모여 앉아 맛있는 것도 먹으며 헤어짐을 아쉬워했다.


아쉬웠던 점

워크캠프에서 즐거운 기억도 많았고, 정말 좋은 경험이 되었다고 생각해서 절대 참가를 후회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아쉬웠던 점들이 꽤 많이 있었다. 워크캠프 개최지가 러시아이고, 담당 기관도 러시아 기관이라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체계적이고 잘 짜여 있을 거라고 기대했던 워크캠프에서 믿음직스럽지 못한 모습들이 자꾸 포착됐다.
일단 탄호이 역을 찾아가던 중 이전 캠프리더인 올랴를 만났을 때, 미팅 포인트가 탄호이 역이 아닌 그 앞에 있는 학교였다고 하는 것이 아닌가. 분명히 인포싯에는 역이라고 쓰여있었으며, 미리 메일을 보내 도착할 시간을 알려서 픽업할 수 있도록 하라는 말에 메일도 미리 보내놨었는데, 아무런 답장도 없었다. 게다가 현지 참가비도 인포싯에 쓰여있는 것과 캠프리더가 알고 있는 바가 달라서 처음에 혼란을 겪었다. 결국 우리가 알고 있던 바가 맞긴 했지만, 한국과 대만 참가자들과는 달리 러시아 참가자들은 참가비를 내지 않은 것 같기도 했고, 아예 인포싯에 현지 참가비 언급이 없었다고 했던 것 같기도 한데다가 캠프리더가 자신은 인포싯을 아예 받은 적이 없다고 나중에 얘기하기도 하는 등 정보 전달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듯 보였다.
그리고 어쩌다 보니 러시아인 참가자가 훨씬 많게 되었고, 러시아 친구들은 영어에 약한 경우가 많아서 러시아 친구들끼리 러시아어로 대화해 한국인과 대만인 참가자들이 소외되고, 각각 나라끼리 따로 노는 경우가 꽤 있었다. 중간에 이전 캠프리더와 기자 친구들이 떠나면서 수가 줄어들어 그런 현상이 좀 줄어들긴 했지만, 여전히 캠프리더가 러시아 친구들과 러시아어로 대화를 나누면서 한국인 참가자나 대만인 참가자들에게는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고, 소외감을 느끼기도 했다.
또한 사실 아직도 워크캠프에 가서 환경을 지킨 것 보다 오히려 환경을 더 오염시키고 돌아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바이칼호에서 이 닦고, 세수하고, 설거지하고, 친환경적 화장실을 사용하긴 했지만 우리가 가지 않았다면 그 조차 만들 필요도 없었을 테고, 마을에서 장 봐오면서 비닐봉지를 사용하고, 무언가를 사용하고 먹으면서 어쩔 수 없이 쓰레기들을 또 만들어내고, 모닥불을 피우느라 수많은 장작을 태우고(물론 죽은 나무들만 사용하긴 했지만). 물론 중간에 음식 덜 남기기, 장보러 갈 때 장바구니 갖고 가기 등의 건의를 하긴 했지만 끝까지 잘 지켜지진 못한 것 같다. 게다가 나중에는 스케줄도 흐지부지 돼서 하루 종일 캠핑장에서 쉬는 경우도 좀 있었다. 처음에는 다들 적극적이고 열정적이어서 아이디어도 내고 했는데, 캠프를 주관하는 에콜로지컬 학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든가 등의 현실적인 제약이 많아서 나중에는 좀 미온적이 된 것 같다. 예를 들어서 마을에 쓰레기통이 없어서 마을에 쓰레기가 많은 것 같다며 쓰레기 통을 만들자고 했을 때, 그걸 치울 사람이 없어서 안 된다고 한 경우도 있었다. 또한 떠나는 날 새벽 에콜로지컬 학교에 짐을 맡긴 터라 학교에 들렀는데, 새벽인데 사람이 아무도 없는 2층의 불이 밝게 켜져 있는 등 ‘에콜로지컬’ 학교라는 이름에 걸맞지 않는 모습을 보여줘서 실망스러웠다.
물론 지금 다시 돌아가면 또 이 워크캠프에 참가할 것이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대답은 yes이다. 하지만 내가 먼저 나서서 이런 아쉬웠던 점들에 대해 좀 더 적극적으로 얘기해 볼 걸 하는 생각이 든다. 한 번 건의하긴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던 것 같다. 피곤하고 귀찮다는 이유로 잘못된 점에 대해서 그냥 묵인하고 넘겼던 것이 이제 와서 더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다른 참가자들은 이런 경우에 당당하게 얘기해 아쉬움을 남기지 않았으면 좋겠다.

프로그램 세부정보

총 참가국 수는? 3
총 참가자 수는? 8
항공료 : 0 원
교통비(항공료 제외) : 500000 원
참가 중 지출 비용(현지 참가비 제외) : 5000 원
미팅포인트 :
미팅포인트로 이동하는데 있어 불편한 점이 있었다면? 지나치게 긴 이동시간, 혼자 여행하는데 대한 심리적 불안
숙박형태 : 텐트
화장실 : 건물근방
인터넷 사용 환경 : 불가능
공식 언어 : 영어 / 공식 언어로 프로그램이 잘 운영되었는가? : 아니다 (실제 사용된 언어는? : 영어, 러시아어)
취사여부 : 직접 취사
참가자들 사이의 교류 정도 : 활발
지역 주민과의 교류 정도 : 보통
봉사활동의 강도 : 쉬움
봉사활동 시간(1일 기준) : 3~4
사전 제공된 인포싯에 설명된 정보와 실제 캠프와의 차이점이 있었나요? 일부분 일치 (불일치 부분 : : 미팅 포인트도 달랐고, 현지 참가비도 캠프리더가 기재된 것과 달랐다)
기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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