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국가(코드) : 아이슬란드(WF197) / 활동기간 : 2012-09-09 ~ 2012-09-22
• 주제 : ENVI/MANU • 타이틀 : East of Iceland - close to nature
• 개최지역 : Eskifjordur
.png)
.png)
.png)
.png)

영국에서 어학연수를 하던 중 몇 개월 뒤에 있을 2주간의 방학을 어떻게 보낼까 생각하다가 같이 연수하는 지인의 소개를 통해 워크캠프에 대해 알게 되었다. 영국에 있다는 이점을 살려 유럽에서 봉사활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내겐 너무나 큰 호기심으로 다가왔고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등등 흔히들 많이 여행하고 싶어하는 유럽국가 몇 군데를 후보에 올렸다. 그러던 중 ‘아이슬란드’라는 생소하고 사뭇 동떨어진 나라를 접하게 되었고, 웹사이트의 블로그를 통해 이전 참가자들의 경험담을 읽은 후, 아이슬란드는 내 첫 번째 유럽여행, 해외봉사의 나라가 되었다.
지원서를 제출한지 2주째에 워크캠프 참가합격이라는 소식을 접했고 4개월 뒤인 9월 8일에 보람찬 휴가를 보내기 위해 모든 준비를 갖추고 아이슬란드로 떠났다. 봉사활동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참가비와 항공권 등으로 65만원, 그 외에 교통비로 약 28만원, 생활비등으로 약 38만원 정도가 들었으니, 이건 내 돈을 내고 고생을 하러 가는 그런 다소 특이한(?) 봉사활동이었다. 주위 사람들은 왜 그렇게 많은 돈을 쓰고 그 외진 곳까지 가서 고생을 하려 하냐 만류했지만 그 때마다 나는 내 결정에 자신감이 있었고 후회하지 않을 거란 확신이 있었다.
영국에서 2시간 반정도 비행을 하고 아이슬란드 수도인 레이캬빅에 도착했다. 꽁꽁 얼어붙고 눈밖에 없을 것이라고 기대했던 내 예상과는 달리 날씨는 한국의 겨울날씨와 비슷했다. 그러나 한국과, 아니 내가 지금까지 가봤던 나라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자연이 사람들과 공존하고 있었고, 사람들은 그런 자연을 해치지 않고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는 점.
봉사활동을 시작하기 하루 전에 도착해 워크캠프 공동숙소에서 각국 참가자들을 만났던 건 긴장하고 있었던 나를 조금은 여유 있게 주위를 둘러보고 차분히 봉사활동에 임할 수 있게 도와준 좋은 기회였다. 그들도 넓은 시야를 가지고 새로운 경험을 하고자 왔기 때문인지 국적을 불문하고 서로가 서로에게 궁금해했고 서로를 알아가는 기쁨에 저마다 행복해 보였다. 사무실에서만 인터넷을 쓸 수 있었기에 다들 종종 침묵으로 끝나는 대화를 어떻게 이어가야 할지 난감해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우리는 곧잘 그 분위기에 익숙해졌다.
다음 날 아침이 밝고 다시 짐을 챙겨 미니버스를 타고 우리는 우리의 진짜 봉사활동이 시작되는 Eskifjordur로 향했다. 숙소에 있는 인원들이 모두 같은 자원봉사자 그룹인 줄 알았는데 그 중 몇 명만 WF197의 멤버들이었다. 영국에서 화학을 전공하는 Tom, 독일에서 온 나와 나이가 같은 Ben, 독일에서 지리학을 전공하는 Sebastian, 이탈리아에서 밴드를 하고 있는 Greg, 일본에서 대학을 다니는 나보다 한 살 어린 Shiori, 나와 영국에서 같은 학교를 다니는 명구오빠. 그리고 마지막에 알게 된 우리 팀의 리더, 폴란드에서 온 Anna. 미니버스를 타고 가는 내내 다들 피곤했는지 말이 없었지만 중간 중간 들른 관광지에서는 다들 아이슬란드의 때묻지 않은 자연에 사진기 셔터를 누르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마 미니버스와 함께했던 이 첫 여정에서 우리가 좀 더 가까워지지 않았나 싶다.
변덕스러운 날씨라는 말에 걱정을 많이 했지만 여행 첫날부터 운 좋게도 날씨가 정말 맑고 따뜻했다. 수도 레이캬빅에서 10시간 정도 이동해 저녁 아홉 시쯤 우리가 2주 동안 묵게 될 숙소에 도착했다. 예전에 쓰던 오래된 학교를 봉사활동가들을 위한 숙소로 개조를 한 건물이었다. 각자 매트리스를 하나씩 골라 자기가 정한 자리에 갖다 놓고 짐을 풀고 내일 첫 봉사활동을 위해 일찍 잠을 청했다.
다음 날 아침 일곱 시에 다른 친구들의 분주한 움직임에 깨 토스트로 아침 끼니를 해결하고 첫 일과를 위한 준비를 마쳤다. 다른 워크캠프에 비해 인원이 적은 편이라 화장실을 이용하는 데에 불편함이 없었던 점, 모두가 준비를 마칠 때까지 오래 걸리지 않았던 점이 좋았다. 마을 회관에서 우리를 담당하시는 주민 한 분의 안내를 따라 우리는 마을 주변과 교회 주변 화단에 난 잡초를 뽑는 일로 하루를 시작했다. 작업복은 다행히 구비가 되어 있었고 장비들도 쟁기부터 삽까지 필요한 것이 모두 있었다. 바람은 많이 불어서 추웠지만 날씨는 맑아 한결 일하기가 수월했다. 첫 날은 잡초 뽑기로 하루 일과를 마쳤고 리더가 관리자 분을 따라 마을 근처 큰 상점에 가서 삼일 동안 먹을 빵, 과일, 음료수, 저녁 재료 등등 먹을 거리를 사왔다. 장은 3일에 한 번씩 가서 대량으로 사오는 규칙이었다. 그 날 저녁엔 다 같이 식탁에 둘러 앉아 저녁 당번과 청소 당번을 정했고 처음으로 대화를 깊고 오래할 수 있었다.
일은 조금씩 강도가 높아져갔다. 다섯 째 날이었던 금요일에는 네 명씩 나뉘어 마을을 둘러싸고 있는 산 사이에 난 강둑을 하나하나 찾아 수로를 막고 있는 풀을 뽑고, 쓰레기를 줍는 일이었는데 물에 빠지지 않으려 발걸음 하나하나에 신경을 써 가면서 걷는 게 무엇보다 제일 힘들었다. 장화에 물이 들어가버려서 걷는 것도 불편했고, 강둑이 총 스무 개가 넘게 있어 아무리 해도 끝이 보이지가 않을 지경이었다. 쉬던 도중 코피를 흘릴 정도였으니 체력은 물론이거니와 조금씩 내 봉사활동에 대해 회의감도 생길 지경이었다. 차라리 여행을 할 걸, 좀 더 무난한 국가를 고를걸… 이런 생각들이 조금씩 들기 시작하자 앞으로 남은 일주일의 기간이 너무나 악몽처럼 느껴졌다. 매일 일곱 시간의 일을 마치고 샤워를 하러 매 번 이십 분이 넘는 거리를 걸어 마을 수영장까지 가는 일은 또 하나의 일과였다. 숙소에는 세면대와 변기만 있었을 뿐 샤워시설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모든 일과를 마치고 그 날은 저녁을 먹은 뒤 무려 열다섯 시간을 자고 일어났다.
주말에는 일이 없지만, 토요일 저녁에는 관리자 분의 제안에 따라 이 마을에서 3~40분 가량 떨어진 목장에 양을 몰러 가기로 했다. 나와 일본인 친구 Shiori는 주말 동안 편하게 숙소에서 쉬고 싶었지만 아이슬란드 가정에서, 아이슬란드 음식을 먹을 수 있다는 제안에, 그리고 무엇보다 집에서는 와이파이를 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양을 모는데 합류하기로 결정했다. 간단하게 짐을 챙겨 도착한 가정집은 정말 아늑하고 생기가 넘치는 집이었다. 두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기와 초등학생 어린이, 주인 아주머니의 다 큰 딸 둘, 며느리 등등 처음으로 맞는 아이슬란드 현지인들과의 교류였다. 아주머니는 매우 친절하게 우리가 하루 동안 묵을 방을 알려주시고 (와이파이 비밀번호도 알려주셨으며) 당신이 수집하신 영화 DVD 중 보고 싶은 것이 있으면 아무 것이든 다 봐도 된다고 넘치는 환대를 베풀어주셨다. 그날 밤 우리는 내일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 채 침낭이 아닌 따뜻한 침대에서, 수영장 공용샤워실이 아닌 개인욕조에서, 빵과 커피가 아닌 아이슬란드 전통음식에 즐거워하며 영화로 다소 럭셔리한(?) 밤을 보냈다.
아침이 밝고 샌드위치를 먹으며 오늘 일정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를 들었다. 많은 인원이 여러 군데에서 양을 몰아서 울타리 안으로 넣는 것이라고 하셨다. 나는 너무나도 당연히 티비 속에서나 볼 수 있는 풍차와 예쁜 집을 둘러싸고 있는 아늑한 목장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너무나도 큰 오산이었다. 우리는 인공위성 사진을 이용해 양을 몰았다. 저 멀리서 양들은 형광색 조끼를 입고 있는 우리가 다가오면 냅다 정반대 방향으로 질주를 하곤 했다. 양들이 순하디 순할 줄만 알았던 나는 그들의 엄청난 달리기 속도에 넋이 나가 그들을 몰기는커녕, 그들이 가는 방향으로 내내 쫓아만 가고 있었다.
남자들은 좀 더 험한 산 위에서 양을 몰았고 여자들은 산 아래 낮은 평지에서 양을 몰았다. 모든 풀들이 젖어 있어서 신발은 물론 바지도 무릎 위까지 젖었다. 줄곧 함께 걷던 Shiori는 걸음이 느려 저만치 뒤쳐져있었고 내가 몰아야 할 양들은 언덕에 가려 보이지도 않았다. 나는 그렇게 걷고 또 걷고, 도망가는 양들을 따라잡으려 뛰고, 또 뛰었다. 그렇게 한 30분이 지났을까… 주위를 뱅 돌아봤을 땐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 길을 잃은 것이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형광색 조끼를 입은 무리들이 종종 보이곤 했었는데 어느 순간부터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다시 돌아갈까? 그렇지만 한 마리의 양도 없이 빈손으로 돌아갈 순 없어. 그럼 계속 가볼까? 그러다가 아예 길을 잃으면 어떡하지? 결국 계속 갈 때까지 가보기로 했다. 날씨는 가랑비가 내리더니 조금씩 빗줄기가 강해져 갔고 어느 순간, 꽤 깊은 냇물이 사방으로 둘러져 있어 어느 길로도 갈 수가 없었다. 이렇게 그냥 돌아가면 죄송스러운데 하는 생각이 지배적이었지만 날씨는 점점 안 좋아졌고 몸은 점점 추워져 갔다.
다시 돌아가기로 마음을 먹고 나자 갑자기 너무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이러다가 정말 길을 못 찾으면 어쩌지? 사람들은 내가 없어진 걸 알고나 있을까? 곳곳에 물웅덩이가 많이 있어 빨리 걸을 수 조차 없었다. 이제는 아이슬란드도 지긋지긋했고, 양들은 살면서 다시는 보고 싶지도 않았다. 겁에 질려 눈물이 나는 것도 참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20분 정도를 되돌아가자 저기서 지프차 한대가 내 쪽으로 오고 있었다. 아이슬란드 아저씨 한 분이 빨리 차에 타라며 손을 흔드셨다. 반가움과 안도감이 앞서는 한편, 양을 한 마리도 몰지 못하고 돌아온 죄송함에 차에 타자마자 ‘I am sorry, I’ve lost my way as well as sheep’ 이라고 했지만 아저씨께서는 내가 잃은 양들은 그 쪽 주변 목장에서 돌볼거라며 괜찮다고 고생 많았을 거라고 다독여주셨다.
차를 몰고 양들이 거의 몰아진 울타리 쪽으로 가서 마지막으로 그 양들을 가두는 일이 남아있었다. 이번에 제대로 못한 만큼 열심히 달리고 달려 양을 겨우 울타리 안으로 몰아 넣었다. 모든 일이 끝난 줄 알았지만 다음에는 그 양들을 귀에 붙은 이름표대로 분류를 해야 했다. 양은 뿔을 잡으면 그 큰 몸집을 이리저리 흔들어대고 발로 차 내 무릎에 온갖 멍이 들게 만들었다. 이번만큼은 제대로 해야 한다는 다짐에 주민 분들을 도와 열심히 양을 분류했다. 뿌듯하게도 그 분들이 나를 ‘The queen of sheep’ 이라고 불러주시자 그 동안 마음고생 했던 일들이 눈 녹듯 사라졌다. 그렇게 처음이자 마지막인 주말을 생애 첫 양몰기로 보내고 다음 날 아침부터는 다시 원래대로 잡초를 뽑고, 나무를 심고, 마을 주변 쓰레기를 주웠다.
매일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시간에 수영장으로 향하고, 저녁을 먹고, 설거지를 하고, 모든 일상이 이제 익숙해질 무렵, 어느새 이 주가 끝이 나 있었다. 매일매일 먼저 일어나 아침을 준비해준 우리 팀 리더 Anna, 산만 보면 우선 올라가고 보는 Sebastian, 일과가 끝나면 항상 매트리스에 앉아 가지고 온 kindle의 소설을 읽으면 하루를 조용히 마감하는 Tom, 항상 늦게 일어나 삼십 분 뒤에 합류하는 Greg, 가장 어리지만 마음만은 누구보다 착하고 배려심 깊었던 Shiori, 우리들의 DJ를 담당했던 명구오빠, 나랑 가장 친해진, 나를 항상 웃게 만들었던 Ben.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이 주 동안 우리는 국적은 다르지만 아이슬란드 WF197이라는 캠프에 우연히 다같이 만나 영어라는 공용어로 하나가 되었다. 같이 밥을 먹고, 고생하고, 같은 시간에 불을 끄고 잠이 들고, 매번 자신의 요리를 소개하며 새로운 문화를 알려주고, 다음에 꼭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며 그 누구보다 값지고 좋은 추억을 공유했던 친구들을 만났다.
어느새 두 달이나 흘러 다들 각자의 나라에서 저마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페이스북이라는 매개체로 그 인연은 꽤 오래갈 것 같다. 춥지만 그 어느 나라의 자연경관보다 아름다웠던 아이슬란드에서 평생 잊지 못할 좋은 경험을 바탕으로 말이다. 기회가 된다면, 그들의 국가 중 어느 한 곳에서 워크캠프를 통해 한 번 더 잊지 못할 추억을 쌓고 싶다. 이런 경험을 할 수 있게 지원해주신 부모님과 워크캠프에 정말 감사 드리고 싶다.
• 총 참가국 수는? 1
• 총 참가자 수는? 8
• 항공료 : 424,800 원
• 교통비(항공료 제외) : 301,500 원
• 참가 중 지출 비용(현지 참가비 제외) : 360,000 원
• 미팅포인트 : 단체사무실
• 미팅포인트로 이동하는데 있어 불편한 점이 있었다면? 큰 불편 없었음
• 숙박형태 : 기타 (오래된 학교를 개조한 숙소)
• 화장실 : 건물 내
• 인터넷 사용 환경 : 불가능
• 공식 언어 : 영어 / 공식 언어로 프로그램이 잘 운영되었는가? : 그렇다
• 취사여부 : 직접 취사
• 참가자들 사이의 교류 정도 : 활발
• 지역 주민과의 교류 정도 : 교류의 기회가 없었음
• 봉사활동의 강도 : 보통
• 봉사활동 시간(1일 기준) : 7~8
• 사전 제공된 인포싯에 설명된 정보와 실제 캠프와의 차이점이 있었나요? 일부분 일치 (불일치 부분 : 인터넷 사용이 가능하다고 하였으나 그것은 미팅포인트였던 단체사무실을 말하는 것이었음)
• 기타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인포싯이 너무 일반적인 설명들로만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인터넷 문제도 그랬으며 –워크캠프 종류, 지역, 상황에 따라 인터넷 사용이 불가/가능 하다고 말했어야 함- 제 워크캠프는 인포싯에서는 자유시간이 많으니 그 점에 유의하라고 써 있었지만 아침 8시부터 오후 4시까지 점심시간 한 시간을 제외하고는 모두 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참가자들의 혼동을 불러일으킬 수 있으니 수정 부탁합니다. 덧붙여 주말에 가능하다는 excursion은 관광지와 거리가 너무 멀어 불가능이었다는 점도 수정 부탁합니다.
요약하자면, 전체적으로 인포싯의 내용이 다소 달라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