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2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우리들의 '국제활동 이야기'
유럽2
작년 겨울 교환학생 생활이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혼자 유럽 여행을 하기로 결심했다. 아이슬란드는 꽃보다 청춘으로 인기를 얻기 전부터 마음속으로 꿈꿔오던 여행지라 유럽을 도는 김에 봉사를 하며 여행도 하고자 워크캠프에 참가하게 되었다. 유럽에서 살다가 출발한 것이라 따로 준비한 것은 비행기표 밖에 없었다. 내가 아이슬란드에서 봉사를 하며 머문 곳은 와이파이도 잘 터져서 심카드를 구매하지 않아도 한국에 연락을 하거나 인터넷을 사용하는 데에 불편함은 전혀 없었다. 숙소 나름이겠지만 우리 숙소는 환경이 너무 열악해서 화장실도 자주 막히고, 씻는 곳도 너무 협소하고, 곰팡이가 핀 방과 메트리스에서 지냈고, 세탁기는 봉사가 끝나가기 5일 전쯤 들어오고, 심지어는 화장실 수리한답시고 우리가 지내는 거실에 떡하니 쓰던 변기가 나와있기도 했다. 그때야 당황스러웠지만 지금은 추억이라 생각된다.
나는 photography and journalism 이라는 이름의 캠프로 참가했다. 내가 좋아하는 분야이기도 했고, 뽑는 인원이 적어서 봉사자들끼리 더욱 깊이 친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으나 안타깝게도 봉사자들의 개인주의가 너무 심해 완벽한 2주라고는 말을 할 수는 없겠다. 다행히도 같이 참여하게 된 한국인 분과는 마음이 잘 맞아 즐겁게 지냈다. 또한, 봉사자들 보다는 우리가 머무는 집에 같이 사는 이탈리안 커플과 교수들과 훨씬 교류가 많아 워캠이 끝난 지금도 그들은 너무 그립다. 봉사로 기사를 쓰며 레이캬비크의 대학에서 교환학생들을 인터뷰하기도 하고, 영화관에 가서 영화관 매니저와 인터뷰를 하기도 했고 직접 영어로 기사를 쓰면서 기사 자체에 흥미도 생겼다.
아이슬란드에서의 봉사는 신체적 노동을 요구하는 활동이 많이 없다고 들었다. 내가 했던 봉사 역시 그랬고, 봉사 활동 자체는 내가 관심 있던 분야라 즐겁게 할 수 있었다. 봉사활동과 아이슬란드라는 매력적인 장소에서 내가 체험할 수 있는 자연들 이를테면 눈오는 바다, 해질녘의 분홍빛 산, 얼어붙은 호수, 오로라, 온천, excursion을 떠나면 만날 수 있는 다이아몬드 비치, 블랙샌드비치 등등은 너무 멋졌고 마음에 들었다. 열악한 숙소 환경 역시 봉사를 하며 내가 지낼 수 있는 최소한의 시설은 갖춰져 있었기에 불만은 있었어도 지금은 추억으로 남을 만큼 그저 그렇다고 넘길 수 있다. 딱 하나 정말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은 camp leader였다. 캠프 리더 두 명을 제외하고 우리 봉사팀은 원래 5명의 멤버가 함께하는 일정이였으나 두 명이 중도 포기를 한 것인지 리더 두명 그리고 멤버 세명, 총 다섯명이서 봉사를 했다. 리더들은 워크캠프 봉사활동에 리더로 처음으로 투입되었을 뿐만 아니라 개인주의 성향이 너무 강했고 팀으로 함께하기 보다는 결과물에만 치중하는 모습을 보였다. 멤버가 모두 모여 함께하는 것에 의미를 두어야 하는 저녁식사 시간은, 리더들이 자신들의 운동을 위해 피트니스 센터에 가는 것으로 인해 남은 멤버들이 그들의 저녁을 준비해줘야 하고 빼먹기라도 하면 우리가 이상해지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가까운 곳으로 놀러가거나 우리끼리의 친목을 다져야 하는 주말시간에는 따로따로 다니는 시간이 되었고 기사를 함께 써서 인터넷 잡지를 만들어야 하는 봉사는 리더 한명이 자신의 커리어를 쌓으려는 듯 자신 혼자 만들며, 이를 핑계로 봉사팀 다섯명 다 같이 무언가를 하는 것에는 한번도 참여하지 않았고, 결과물에는 editor로서 자신의 분량만을 강조하는 잡지가 완성되었다. 초기에는 이런 분위기 때문에 환불받고 혼자 여행이나 다닐까 정말 많이 고민했으나 같이 지내는 사람들과 한국인 한 분 덕에 그 안에서의 소소한 재미를 찾으며 지냈다. 아무리 리더의 성향에 캠프가 영향을 받는다고는 하지만, 인원도 얼마 없는 팀에 무능하고 자질이 없는 리더를 두명이나 넣은 것은 주최측의 잘못도 있다고 판단된다. 아이슬란드로 가시는 분 뿐만 아니라 어느 곳으로 가든, 블로그의 미화된 추억을 적은 글을 보고 무조건 워크캠프를 가려는 마음은 접었으면 한다. 경험이나 추억거리 하나 쌓는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가더라도 운이 좋지 않으면 내가 만난 리더같은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점 각오하고 가길 바란다. 정말 솔직하게 말하자면, 돈이 너무 아깝다. 그나마 내가 원래 너무 가고 싶었던 아이슬란드였다는 점, 내가 관심가지고 있던 봉사를 했다는 점에서 플러스 요인이 있을 뿐. 여러분들은 부디 괜찮은 리더들을 만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