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2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우리들의 '국제활동 이야기'
유럽2
작년 말, 호주에서 1년간의 워홀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나는 여러 가지 생각이 많이 들었다. 사소한 고민부터 진지한 부분까지 이런저런 생각에 매일 잠기다보니 잠시 먼 곳으로 떠나고 싶어졌다. 마침 호주에 있을 때 알게 되었던 유럽친구들이 나에게 들려주었던 봉사활동 이야기가 떠올랐고 인터넷 검색 중에 국제워크캠프기구를 찾았으며 겨울을 좋아하는 나는 일초의 망설임도 없이 아이슬란드를 선택했다.
참가합격소식을 듣고 나서 영어준비에 비중을 두기위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외국영화를 아무런 자막 없이 수차례 반복해서 보기도하고 영어책도 읽었다. 또 사전교육에 참석해서 실질적이고 유용한 꿀팁을 얻었고 인포싯이 발급되자 꼼꼼히 읽어보면서 차근차근 준비를 했다. 그리고 캠프에서 만나게 될 봉사자 친구들에게 기억에 남을만한 선물을 주고 싶어서 인원수만큼 복주머니를 손수 만들어갔다.
워크캠프에 기대했던 점은 다양한 국가의 친구들이 모이면 뭘 해도 재밌을 것 같았고 무엇보다도 그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고 싶었다.
크베라게르디라는 마을의 클리닉 내에 있는 온실에서 작물재배를 돕는 일이 주된 활동이었다. 텅 빈 그린하우스에서 흙 고르기를 하고 작물의 지지대가 되어줄 훅을 매달고 모종을 조심히 옮겨 심고 호스까지 설치한 후 잘 돌보면서 쑥쑥 자라기를 기다렸다. 아쉽게도 우리는 시간상 수확은 할 수 없었지만 우리가 한 일이 가장 큰 역할이었고 무에서 유를 창조해낸 것 같아서 굉장히 뿌듯했다. 온실의 총 책임자인 요나스는 첫인상이 꽤 강렬했지만 매사에 굉장히 열정적이고 가끔은 푸근한 좋은 사람이었다. 하루는 캠프리더가 클리닉 내에 있는 머드욕조 청소를 도와줄 인원을 모집했다.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었던 나는 제일먼저 지원했고 나를 포함한 5명은 다음날 그린하우스대신 그곳으로 가서 봉사를 했다. 일이 끝나고 관리자 분께서 칭찬과 함께 뜻밖의 선물까지 주셨는데 그건 바로 보누스마트 기프트카드였다. 우리는 그날 다 같이 마트에 가서 장을 보고 저녁에 소소한 파티까지 했다.
첫 주말에는 1박2일로 남부해안여행을 다녀왔는데 참가자전원이 신청을 해서 모두 즐거운 추억을 만들고 왔다. 가는 중간에 창문너머로 보이는 풍경들마저 예술이었다. 바트나요쿨 부근부터 보였던 산들은 갈색을 많이 띄었는데 꼭대기에는 눈도 쌓여있어서 마치 거대한 초코머핀에 슈가파우더를 솔솔 뿌려 놓은듯했다. 또 한참동안 펼쳐진 초록초록한 이끼들판에서는 금방이라도 트롤들이 데구루루 굴러와 인사를 해줄 것만 같았다. 둘째 날 저녁 크베라게르디로 돌아오는 길에 셀포스에서 타이어가 펑크나버렸다. 장비가 모자라 타이어를 교체하는데 시간이 계속 지체되었고 춥고 비바람이 부는 그날 밤 도로에서 우리는 서로를 껴안으며 이런 가벼운 해프닝이 있어야 더 기억에 남는다며 위로했다. 결국 나는 다음날 감기에 걸리고 말았는데 친구들이 약도 챙겨주고 배려를 많이 해줘서 금방 나았다. 둘째 주 밤부터는 하루에 한 국가씩 자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고, 때마침 그 주에 내 생일이 있었는데 모두들 깜짝 생일파티까지 준비해주었다. 정말 감동받았고 모두에게 너무너무 고마웠다.
그리고 매일 클리닉에서 제공해주는 삼시세끼 건강한 식단으로 식사를 하고 봉사자 친구들과 함께 스파, 사우나, 그리고 수영장에서 놀았던 것도 즐거운 기억으로 남았다.
각양각색의 배경을 가지고 각 나라의 문화에서 살다온 친구들이 모이는 자리이기 때문에 트러블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초반에 했었다. 하지만 서로 이해해주고 배려해서 끝까지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다만 아쉬웠던 점은 몇몇의 참가자들이 일을 할 때 점점 꾀를 부려서 나머지가 조금 더 고생할 수밖에 없었다. 캠프마지막 날에는 새로운 봉사자들이 도착했고 우리는 정들었던 캠프리더들과 작별인사를 나눈 후 레이캬비크로 돌아왔다. 다음날 일찍 출국하는 친구도 있었고 나처럼 여행하는 이들도 있었다. 나는 바로 한국으로 돌아가기엔 서운해서 혼자서 여행하며 나만의 시간을 가졌다. 아쉽게도 북부는 가지 못했지만 여행하는 동안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나고 여기저기 쏘다니며 알차게 보냈다. 항상 여행을 하면서 느끼는 거지만 여행은 스스로에게 용기와 새로운 자극을 주고 작은 것에 감사하게해주며 나를 더 겸손하게 만든다. 다양한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과 대화를 통해 고민상담도 서로해주고 때로는 공감을 하며 또 이들은 이런 생각도 하는구나 하면서 틀림이 아닌 다름을 이해하려고 노력한 부분이 나에게 큰 도움이 됐다. 워크캠프참가 후에 나는 언행에 있어서 한 번 더 생각하게 되었고 내 의견과 더불어 상대방의 입장에서도 바라보는 여유를 가지게 됐다.
내가 본 아이슬란드는 형용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고 멋진 대자연에 사람들은 대부분 친절하고 엘프의 존재를 믿는 순수한 영혼들이 생각보다 많았다.
2017년 나의 베스트생일선물은 아이슬란드에서 만든 소중한 추억들이었다.
청춘이라면 늦기 전에 용기내서 저처럼 워크캠프를 떠나보는 게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