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2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우리들의 '국제활동 이야기'
유럽2
사실 워크캠프에 참가하기로 결심한 결정적인 이유는 부모님께 해외여행을 허락받기 위해서였다. 부모님이 여대생 두명이서 해외로 여행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하셨기 때문에, 국제워크캠프기구라는 기관을 통해, 단체에 '속해서' 해외로 떠나는 워크캠프는 나에게 좋은 수단이었다. 하지만 알아볼수록 워크캠프의 진짜 가치에 매료되었다. 그리고 참가 후 한국에 돌아와 두 달이나 지난 지금은, 그저 '수단'으로라도 워크캠프에 가기로 결심했던 것은 내가 태어나 가장 잘한 결정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아이슬란드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은 쉽지 않았다. 북유럽에 대한 책에도 아이슬란드는 없었다. 날씨도 가늠하기 힘들었다. (나는 7월말 8월 초였는데, 햇빛 쨍쨍한 날 일할 때는 반팔, 저녁에는 가디건. 가장 추운 날은 한겨울 파카까지 입었을 정도로 아주 다양한 기후였다.) 그래서 항공권을 예매하고, 미팅포인트까지 가는 교통편만 알아놓은 채로 떠났다.
캠프 하루 전날 레이캬비크에 도착했다. 워크캠프 참가자를 위한 숙소에서 그날 하룻밤을 묵었는데, 다음날 아침까지 사람들이 모여있는 거실로는 한 번도 나가보지 않았다. 외국인들을 만나면 호탕하게 웃으며 먼저 말을 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그들이 영어로 신나게 대화하는 소리를 들으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모두 영어로 유창하게 대화하고 있었고 내가 낄 틈이 없어보였다. 다음날인 캠프 첫 날 아침, 참가자들을 처음으로 만났다. 그들 모두 서로에게 먼저 다가가서 웃으며 이름을 물어보았기 때문에 자연스레 대화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내가 참가한 캠프는 참가자가 스무명이었는데, 아이슬란드 흐베라게르디에서 열린 지금까지의 캠프 중 가장 많은 인원이라고 했다. 그래서 처음에는 서로 얼굴과 이름도 익히지 못한 채 끝날 것 같았다. 마지막 날 헤어지는게 아쉬워 눈물이 나올 줄은 정말 상상도 못했다..
유럽인들의 체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하루 4시간 반의 일을 끝내고나면 난 이미 피곤했는데, 다같이 뒷동산으로 산책을 가자고 한다. 여기서 뒷동산 산책이란 2시간 하이킹이다. 그리고 돌아오면 수영장에가서 수영하며 피로를 풀자고 한다. 그리고 돌아와 저녁을 먹고, 각자의 문화를 소개하는 시간을 가지고, 대화나 게임을 하다가 12시쯤 자러 들어가는 것이다. 체력 충전을 위해 초콜릿을 우걱우걱 먹으며, 하루에 그렇게 많은 일을 하며 살 수 있다는 것에 감탄하곤 했다. 정말 알찬 하루하루였다.
미팅포인트에서 만나서 흐베라게르디로 가는 길에 골든 서클 투어를 했다.(따로 신청하는 것이 아니라 이 캠프 자체에 포함되어 있는 일정!) 대표적인 관광 명소들을 둘러보는 것이다. 아이슬란드의 대자연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다. 물론 아이슬란드에서는 어딜가나 대자연에 파묻히게 되지만 말이다.
그리고 일이 없는 주말에는 가고싶은 사람끼리 대중교통이나 차를 렌트해서 가고싶은 곳으로 여행을 갔다.
그 여행 중 기억에 남는 일이 있었다. 캠프리더와 함께 했기 때문에, 나는 아무 생각없이, 리더가 계획한 대로, 불만이 있어도 그냥 따르고 있었다. 그런데 밤에 숙소에서 사람들끼리 웅성웅성하더니 각자의 의견을 차례로 말하면서 의견조율을 하고, 약간 거칠어질 뻔도 했지만 흔쾌히 다른 의견을 받아들이고 좋은 결과를 이끌어냈다. 이 사건 뿐 아니라 모든 방면에서, 다른 나라 친구들은 주관이 뚜렷하고 자유로웠다. 그런 점을 많이 배웠다.
하는 일은 그날그날 달랐는데, 그린하우스에서 토마토를 따고 분류하는 일, 잡초제거, 부엌 일 돕기, 담장 페인트칠, 차 잎 말리기 등 쉬운 일들이었다. 매일 쉬는 시간에 만나서 서로 "오늘은 무슨 일 하니?" 라고 물어보고, 서로 쉬운 일을 하고 싶어서 조마조마해하며 눈빛을 교환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아이슬란드가 그립다. 고작 2주 조금 넘게 머물렀으면서 그립기까지.... 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아마도 그곳에서 내가 하는 일이 있었고, 규칙적인 생활, 함께한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에 다른 여행지와는 달리 너무 그립다.
그곳에서 만난 친구들과의 단체카톡방도 있고, 페이스북 그룹도 있다. 아직도 그때의 사진, 동영상 등을 공유하며 대화가 오간다.
한달 전 쯤 북한과의 관계가 최악이었던 시기, 전쟁이 코앞에 닥친 것 같던 그 시기에, 내가 단체 채팅방에 "한국 이제 진짜 전쟁나기 일보직전이야"라고 말했을 때, 한 스페인 친구가 "이제 너에겐 전 세계에 집이 있잖아! 우리집 문은 언제나 열려있어~"라는 답장이 왔다. 다시 한번 워크캠프에 감동하고 사람들에게 감동하게 되는 사건이었다.
어디에 있는 지도 몰랐던 아이슬란드라는 나라가 나에게 이렇게 특별한 곳이 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는데.. 이제 어디에서 아이슬란드라는 소리만 들려도 귀가 쫑긋해지고 가슴이 쿵쾅거리고 너무너무 그립다.
나에게 이번 워크캠프는, 아이슬란드의 신선한 공기만큼이나 새로운 경험이었다. 캠프기간동안 유난히 우리 모두가 많이 썼던 말이 'for sure'인데, 아이슬란드 워크캠프는 지금까지 내 인생 최고의 경험이었다, for su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