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1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우리들의 '국제활동 이야기'
유럽1
모두들 그렇겠지만 외국인 친구들과 함께 2주간 동고동락하며 서로 문화도 교류하고 보다 친밀한 관계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껴서 워크캠프를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저같은 경우는 교환학생으로서 학기를 시작하기 전에 워크캠프에 참여하고자 했기 때문에, 시기적으로 8월 중순에 할 수 있다는 점과 제 교환학교와 멀지 않은 서유럽권이라는 점이 매력적이어서 이 캠프를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성에서 하는 일이라니, 뭔가 럭셔리한 워크캠프 생활을 할 수 있을 것만 같고 고된 일은 아니겠지 하는 기대로 이 캠프의 일원이 되었습니다.
제가 갔을 때는 이 곳에 다녀온 분들의 후기가 없었기 때문에 준비는 다른 분들이 하신 것처럼 침낭을 사고, 한국 음식을 만들기 위한 양념들도 구입하기도 했고, 또 워크캠프 참가 확인 메일에 대해 답장으로 제가 예약한 기차의 도착시간을 알려주는 등의 기본적인 준비만 했습니다.
가는 곳이 프랑스, 그것도 부르고뉴인 만큼 맛있는 와인을 많이 먹게 되지않을까 기대를 많이 했습니다. 또 다양한 국가의 친구들이 모여 매일매일 여러 국가의 음식을 먹는 상상을 하기도 했고, 서로 각국의 언어로 간단한 인삿말이나 필수 문장 등을 가르쳐주며 더욱더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설레었습니다.
기대와 달리 만남부터가 험난했습니다. 저는 분명히 도착 예정 시간을 알려주었는데도 며칠이 지나도 미팅포인트를 알려주는 메일은 오지 않았고, 여러 번 답장을 부탁한다는 메일을 보냈음에도 대답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불안 속에서 기차를 타고 워크캠프 장소와 인접한 기차역에 내렸습니다. 혹시나 누군가 나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기대하며 그곳에 도착했으나, 역시나 아무도 나와있지 않았고 이거 종이에 "나는 워크캠프 참가자입니다!"라고 써서 들고 있어야 하는 걸까 고민하던 차에 그 프랑스 시골마을에서 다른 한국여자분을 발견했습니다. 설마 하는 마음으로 혹시 워크캠프에 참가하냐고 물었더니 맞다고 해서 얼마나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던지. 우리 어떡하냐며 역에 주저 앉아 도란도란 얘기를 나누고 한 시간쯤 지났을까 워크캠프 리더가 드디어 우리를 데리어 와주었습니다.
도착하고 보니 제가 애초 기대했던 것과 달리 (사진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정말 낡은 고성이었습니다. 짐을 풀라며 들어간 침실은 그냥 폐가 같은 곳에 침대만 놓여있는 곳이었죠. 부내나는 워크캠프 생활을 기대했던 저는 처음에는 큰 충격이었지만 사람은 역시 적응의 동물이라고 하루 지나니 금방 적응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세탁기가 없고, 샤워할 곳이 두 곳밖에 없으며, 화장실이 조금 떨어져있다는 것은 아쉬웠습니다. 그래도 화장실은 신식으로 리모델링해서 깨끗했습니다.
도착한 첫날에는 역시 와인의 고장, 부르고뉴인 만큼 와인샵에 들러서 우리가 마실 와인을 같이 사고, 그 지역에서 달팽이요리 축제중이어서 달팽이 요리도 맛보았습니다. 그리고 성에 도착해서 성주인과 인사를 나누고 참가자들끼리 자기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구성원은 프랑스인 5명에 한국인 2명뿐이었습니다. 워크캠프 리더는 27살의 프랑스 남자였고, 작업을 총괄하는 목수도 20대 후반의 프랑스 남자였습니다. 그 외에 20대 중후반의 직장인 프랑스 여자 두 명과 22살의 프랑스 여자 대학생 한 명 이렇게 구성되어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지역이 외지고 알려진 정보가 없어서 그런건지, 다른 국적의 친구들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국적이 한국인 두 명에 프랑스인 다섯 명이다 보니, 밥먹을 때 대화도 프랑스어/한국어로만 이뤄져서 초반에는 서로 왜 우리와 대화하려 하지 않느냐며 불화도 있었고 서운한 감정도 많이 느꼈습니다. 그러나 이 부분은 서로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고, 제가 불어를 알려달라고 먼저 살갑게 다가가자 쉽게 해결되었습니다.
중간중간 일만 하지 않고 다른 워크캠프에 놀러 가서 그들의 작업을 구경하기도 하고, 또 다른 워크캠프의 참가자들이 우리가 일하는 곳으로 와서 파티를 즐기기도 했습니다. 다른 곳도 참가자 구성비는 저희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프랑스인이 대다수였고 그 외 다른 국적 참가자들이 매우 소수였습니다. 그들에게는 동양인인 저와 다른 한국인 친구가 신기했는지 서로 인사를 나눌 때면, 저희 앞에 줄을 서서 비쥬를 하던 기억이 나네요.ㅋㅋ 그리고 다른 워크캠프를 방문할 때면 매트리스를 반으로 접어서 들고 이동을 하는데, 침낭말고 매트리스까지 들고 이동하는 것은 또 처음이어서 매우 신기했습니다. 또 문화체험을 할 때는 근교의 시내에서 문화유적지를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가장 신났을 때는 근처 호수로 물놀이를 하러 갈 때였습니다. 우리 나라에서는 근처에 호수가 있다고 물놀이를 하러가는 사람은 잘 찾아볼 수 없잖아요? 근데 이곳에서는 어떤 호수는 정말 워터파크처럼 꾸며진 곳도 있고, 작은 호수여도 물놀이를 하는 사람이 많아서 바닷가에 온 것처럼 신나게 놀 수 있었습니다. 다들 수영복은 꼭 챙겨가세요!
워크캠프의 시작과 끝에는 지역주민들과 함께 파티를 했는데 온 마을주민들이 저희에게 관심을 갖고 얘기를 걸어주니 너무 재밌었습니다. 저희가 하는 일이 성 앞에 쓰러져가는 돌담을 해체하고 다시 짓는 일이었는데, 모두들 저와 다른 친구를 보고 체구가 많이 왜소해보였는지 돌을 들기에 너무 작다며 한 마디씩 하셔서 빵 터졌었어요. 다들 파티를 위해 집에서 각자 자신있는 요리를 한 가지씩 해오시는데 전부 너무 맛있었습니다! 마을사람들 중에는 휴가차 고향집에 방문한 젊은 프랑스 친구도 있었는데, 그 친구의 여자친구가 한국계 프랑스인이어서 저희에게 관심도 많이 가져주고 얘기도 많이 나눠서 기억에 남네요. 성 바로 옆집에 사는 친구여서 저를 데려가 정원과 집을 구경시켜줬는데, 진짜 프랑스 가정집을 자세히 볼 수 있어서 이색적이었습니다. 저는 그 때 토마토가 이렇게 당도가 높을 수 있는 과일? 야채?인지 처음 알아서 굉장히 놀라웠던 기억이 있습니다.
우선, 이 워크캠프에 참가하고 듣던대로 프랑스인들은 거만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저희 국가별 인원구성이 프랑스에 너무 치우쳐져서 더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겠지만 확실히 처음에 다가가기에는 그들의 콧대 높음이 온몸으로 느껴져서 많이 힘들었습니다. 계속 불어로만 얘기하고, 우리에게는 지시할 때 빼고는 대화하지 않으려 하고... 나중에 친해지고 얘기를 나눠보니 본인들의 대외적 이미지가 그렇다는 건 아는데 왜 그렇게 느끼는지 모르겠다고 하더라구요. 아무래도 프랑스인들 전반의 특성인 듯? 그래서 이 워크캠프에 참가하시는 분들은 불어를 좀 하시거나, 아니면 적극적이고 활발해서 먼저 다가갈 수 있는 분들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같은 경우, 초반의 냉랭하고 약간은 적대적이기까지 했던 분위기를 제가 먼저 살갑게 다가가려고 노력하면서 많이 풀었거든요. 모든 워크캠프가 이러한 능력을 갖추고 지원해야겠지만 특히 이 워크캠프의 경우에는 더 붙임성이 좋은 분들이 지원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또, 체력이 좋은 분들께도 추천드립니다. 이게 아침 9시부터 오후 4~5시까지 땡볕에서 돌을 나르고, 맞는 돌을 끼워맞추는 작업이어서 저는 너무 힘들었어요. 한국에서는 책상에 앉아서 공부만 하다가, 프랑스 가서 이런 일을 하려니 해가 뜨거워서 현기증도 나고, 체력도 많이 모자라더라구요. 나중에는 프랑스 친구들이 너네는 그냥 안에 들어가서 청소 좀 해줄래? 라고 부탁하기까지 했던... 제 체력이 모자라서 다른 참가자들에게도 많이 미안했습니다. 그래서 기초체력을 좀 기르시고 가던지 아니면 힘과 체력에 자신있으신 분들이 가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프랑스 친구들에게 한국음식을 해줘본 결과, 좀 순수한 맛이 나는 음식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저는 소불고기를 하려고 양념을 가져갔는데 고기값도 비싸고 반응도 그냥 맛있네 정도였어요. 다른 친구가 가져온 야채참치를 넣고 계란말이를 해줬을 때는 음식에 고양이캔 넣은 거냐며 다들 입도 안 댔었고, 그 외에 한국처럼 음식에 이것저것 많이 넣는 걸 별로 안 좋아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희가 미트스파게티를 해주려고 고기를 볶아서 소스를 넣으니 음식을 못하게 하더라구요. 그래서 다음 번에는 그냥 그곳에서 구할 수 있는 재료로 한국음식을 해줬는데 호박전과 해물파전을 좋아했어요. 해물파전은 간장이 없어서 발사믹 식초에 찍어먹게 했더니 입맛에 맞았는지 다들 레시피 좀 알려달라고 난리였습니다. 또 호박전은 다음 마을축제 때 이거 내면 좋아할 것 같다고 추천해주기도 했구요. 이렇게 좀 재료 본연의 맛이 그대로 느껴지는 음식이 프랑스인들에게는 잘 먹혔던 것 같으니 참고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