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2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우리들의 '국제활동 이야기'
유럽2
친구들과 함께 여행가자라는 말은 백번도 넘게 꺼냈지만 막상 진짜 가는 친구는 한명도 없었다. 다들 집에서 뒹굴거리면서 사실 떠나려는 용기는 없었던 것 같다. 나도 물론 여행을 계획하고, 떠나려는 걸 생각하면 막막해서 발이 떨어지진 않았지만 이대로 침대위에서만 있느니 어디든지 가고싶었다. 친구들과 나의 차이가 있다면 나는 변하고 싶다는 생각이였다.
기왕 가는 거, 남들 다 가는 나라가 아니라 조금 독특한 나라를 가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나라가 에스토니아였고, 새를 무서워하지만 나머지 동물들은 좋아하니 동물원에서 일하는게 재밌게다 싶었다. 우리나라에서 북유럽이 유명하지 않은 만큼, '나 에스토니아가.','나 탈린가.' 이런말을 하면 제일 많이 들었던 말이 '에스토니아는 어디에 있는거야?' 거나 심지어는 아프리카를 가냐고 묻는 친구도 있었다.
워크캠프에 기대했던 것은 그냥 지금과 다른 생활, 그것 보다 더 기대한 것은 친구였다. 봉사활동인 만큼 활동도 중요하겠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이 내게 더 큰 목표였다.
에스토니아로 가는 직항이 없어 일주일 전에 핀란드로 가서 핀란드 관광 후, 하루 일찍 에스토니아로 가서 컨디션 관리 후에 캠프에 참가하는 계획이였다. 그리고 캠프 후에는 친구들과 러시아 여행도 계획해 두었다.
처음 만났을 때, 어색하게 영어로 대화를 하다 러시아 여행 어떻냐고 물었을 때, 러시아로 가는 비자가 필요한 국가인 친구들만 있었다. 생각도 못했던 변수였다.
또, 참가자 중 한명은 어플리케이션으로 에스토니아 친구를 만들어서 저녁마다 어플 친구를 만나기도 하였다. 여행가는 곳마다 그렇게 친구를 만나서 관광을 한다고 했다. 만약에 혼자서 여행을 계획한다면 어플리케이션으로 친구를 사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에선 어플로 만났다고 하면 안 좋은 걸 떠올리지만 외국은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동물원에서 일할 때, 점심은 그곳에서 주었는데 그게 진짜 현지식이 아닌가 싶었다. 유럽을 가면 배탈이 나는 사람이 많다고 들었는 데, 평소에도 밀가루 음식을 즐겨먹어서 그곳에서 매일 빵을 주어도 배탈이 나지 않았던 것 같다.
각자 나라를 대표하는 음식을 하는 시간에 불고기를 생각해서 갔는 데, 소고기를 산다니까 비용걱정도 하고 한 친구가 점심 때마다 고기를 골라내어 먹는 것을 보고 그다지 좋아할 것 같지 않아 불닭볶음면, 김을 섞은 밥을 해서 주었다. 다들 매워했지만 그만큼 밥이 인기있었다. 마지막 날에는 몇명은 돌아간 상태라 애매해서 감자전을 해주었더니 한친구는 감자전 레시피를 적어달라고 할 정도로 좋아했다. 한국 음식이 맛있어서 한국으로 오고싶다고 까지 했으니 홍보를 잘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서 북유럽 사람들은 무뚝뚝하다는 걸 본적이 있는 것 같은 데, 그냥 그나라 말이 무뚝뚝한것도 같다. 같은 나라사람들 끼리 이야기 할때는 정색하다가도 우리가 영어로 말시키면 잘은 못해도 활짝 웃으면서 대답을 해주니, 기분이 절로 같이 좋아졌다.
비인기 나라라 그런지 조금 무책임한 점이 있었다. 에스토니아는 영어를 잘하는 나라가 아니고 교통이 그렇게 편리한 나라가 아니였다. 아는 사람은 잘 찾아갈 수 있지만 하나의 이름을 가진 정류장이 4개쯤 되니, 외국인은 당연히 교통이 어려웠다.
그런데 리더가 일이 있다고 일주일 전에 캠프를 먼저 떠났다. 우린 어떻게 하냐는 질문에 그걸 오피스에서도 알고 있으며 자기는 이게 직장이 아니고 지금은 직장을 가야한다고 했다. 조금은 충격이였다. 이렇게 무책임해도 되나? 싶었지만 최대한 우리끼리 뭉쳐서 지냈다.
참가해서 제일 얻은 것은 조금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동성애자 친구를 얻은 것이였다. 난 항상 친구들 고민을 들어주는 걸 좋아했는 데 아직 까지 아무도 커밍아웃을 한 친구가 없어서 고민이였는 데, 이번 여행 후, 핀란드를 여행할 때, 한 친구가 커밍아웃을 해준 것이였다. 모두에게가 아닌 나에게만 이였다. '너네 나라 문화 때문에 너가 나랑 더이상 친구를 하고싶어 하지 않을 것 같지만 나는 동성애자이다. 너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모르지만 말하고 싶었다.'라고 했다. 동양인인 나에게 그런 큰 비밀을 말해준게 너무 고마웠다. 그래서 참가하는 사람이 읽고 있다면 가서 꼭 말 조심을 했으면 좋겠다. 가서가 아니더라도 항상 어딜가나 게이, 장애인 가족이 있는 사람은 꼭 있게 되어있는데 "게이같다.", "장애인같다."라는 말을 남발한다면 티가 안나도 누군가는 상처 받을 것이다.